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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에 관한 시 | [시읽어주는아짐] 나무 (류시화 시) 스타리 낭송/ 라빵 연주 229 개의 자세한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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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중에서
나무 / 류시화
스타리 낭송
라 빵 연주/영상
BGM love of my life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어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내 집 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꺼내
비를 가려 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 오지 않을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 주었다
– 류시와 시집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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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시 모음 – 다음블로그

나무 – 박목월 유성(儒城)에서 조치원(鳥致院)으로 가는 어느 들판에 … 그의 귀에 새벽 네 시의 …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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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blog.daum.net

Date Published: 1/11/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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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시모음> 이형기의 ‘나무’ 외 – 블로그

나무는 제자리에 선 채로 흘러가는 천 년의 강물이다. … 나무는 햇빛의 속마음을 제 잎사귀에 적어두고 … 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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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4/21/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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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 여성포털이지데이

나무에 관한 시 모음> 오세영의 ‘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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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목일 특집 시 모음> – 당당뉴스

단풍나무, 삼나무, 박달나무, 때죽나무, 쥐밤나무…. 첨부터 산에 자리잡고 산의 주인으로 살아온 우리나라 나무들이 우리나라 산에서 밀려났다 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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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나무가 되어야지 | 경영일반 | DBR

Article at a Glance – 인문학 상당수 시인은 시를 쓸 때 쓰고자 하는 사물이나 자연이 돼 본다. 그리고 그 마음을 읽는다. 시인들이 이런 일체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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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생각하는 시’ 모음 < 신학 < 기사본문 - 뉴스앤조이

자연을 생각하는 시’ 모음 … + 나무 – 조이스 킬머 (미국 시인, 1886~1918) 나무처럼 아름다운 시를 … 다른 피조물에 대한 사랑을 깨우쳐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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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소나무 – 책벌레 – 이글루스

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눈을 감고 나무가 되어야지 너의 전 생애가 나무처럼 흔들려야지 해질녘 나무의 노래를 나무 위에 날아와 앉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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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2/3/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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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에 관한 시 모음> 이준관의 ‘은행나무 아래’ 외

<은행나무에 관한 시 모음> 이준관의 ‘은행나무 아래’ 외 … 은행나무 그늘에 앉아 친구 이름 … 속이 부글부글 끓고 님에 대한 애간장을 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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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어주는아짐] 나무 (류시화 시) 스타리 낭송/ 라빵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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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대한 기사 평가 나무 에 관한 시

  • Author: 이수정 스타리
  • Views: 조회수 1,887회
  • Likes: 좋아요 27개
  • Date Published: 2019. 3. 13.
  • Video Url link: https://www.youtube.com/watch?v=FSIoTVMJfE4

숲속의 작은 옹달샘

* 나무 – 박목월

유성(儒城)에서 조치원(鳥致院)으로 가는 어느 들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한 그루 늙은 나무를 만났다.

수도승(修道僧)일까. 묵중(默重)하게 서 있었다.

다음 날은 조치원(鳥致院)에서 공주(公州)로 가는 어느 가난한 마을 어귀(於口)에 그들은 떼를 져

몰려 있었다. 멍청하게 몰려 있는 그들은 어설픈 과객(過客)일까. 몹시 추워 보였다.

공주(公州)에서 온양(溫陽)으로 우회(迂廻)하는 뒷길 어느 산마루에 그들은 멀리 서 있었다.

하늘문(門)을 키는 파수병(把守兵)일까, 외로워 보였다.

온양(溫陽)에서 서울로 돌아오자, 놀랍게도 그들은 이미 내 안에 뿌리를 펴고 있었다.

묵중(默重)한 그들의. 침울(沈鬱)한 그들의. 아아 고독한 모습. 그 후로 나는 뽑아낼 수 없는 몇 그루의

나무를 기르게 되었다. *

* 소식 – 이성선

나무는 맑고 깨끗이 살아갑니다

그의 귀에 새벽 네 시의

달이 내려가 조용히

기댑니다

아무 다른 소식이 없어

바라보고 있으면 눈물이 납니다 *

* 나무 – 박남수

나무는 뛰기 시작했다.

한동안

신록(新綠)의 분수(噴水)로

하늘을 향해 뿜고 있더니,

이윽고 나무는

향기로 흐르고 있었다.

그것은 조용한 여울을 지우며

애기의 눈가를 간지리어서

결국 터지는 웃음이 되었다.

그후는

낮잠을 자고 있었을까.

전신(全身)으로 흔드는

지지지 노래를 울리면서

눈부신 빛깔ㅡ밝안 빛깔이

땅으로 투하(投下)되어

메마른 땅 속에서 폭발(爆發)하고

나무는 사방(四方)으로 뛰기 시작했다. *

* 상수리나무 – 이재무

애써 가꾼 한 해 양식을

지상으로 돌려보낸 뒤

한결 가벼워진 두 팔 들어올려

하늘 경배하는 그대들이여

주머니 속

때묻은 동전에 땀이 배인다 *

* 내게는 느티나무가 있다 1 – 권혁웅

느티, 하고 부르면 내 안에 그늘을 드리우는 게 있다

느릿느릿 얼룩이 진다 눈물을 훔치듯

가지는 지상을 슬슬 쓸어담고 있다

이런 건 아니었다, 느티가 흔드는 건 가지일 뿐

제 둥치는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느티는 넓은 잎과 주름 많은 껍질을 가졌다

초근목피(草根木皮)를 발음하면

내 안의 어린것이 칭얼대며 걸어온다

바닥이 닿지 않는 쌀통이나

부엌 한쪽 벽에 쌓아둔 연탄처럼

느티의 안쪽은 어둡다 하지만

이런 것도 아니다, 느티는 밥을 먹지도 않고

온기를 쐬지도 않는다

할머니는 한번도 동네 노인들과 어울리지 않으셨다

그저 현관 앞에 나와 담배를 태우며

하루 종일 앉아 있을 뿐이었다

이런 얘기도 아니다, 느티는 정자나무지만

할머니처럼 집안에 들어와 있지는 않으며

우리 집 가계(家系)는 계통수보다 복잡하다

느티 잎들은 지금도 고개를 젓는다

바람 부는 대로, 좌우로, 들썩이며,

부정의 힘으로 나는 왔다 나는 아니다 나는 아니다

여기에 느티나무 잎 넓은 그늘이 그득하다 *

* 오동나무의 웃음소리 – 김선우 서른 해 넘도록 연인들과 노닐 때마다 내가 조금쯤 부끄러웠던 순간은 오줌 눌 때였었는데 문 밖까지 소리 들리면 어쩌나 힘 주어 졸졸 개울물 만들거나 성급하게 변기 물을 폭포수로 내리며 일 보던 것인데 마흔 넘은 여자들과 시골 산보를 하다가 오동나무 아래에서 오줌을 누게 된 것이었다 뜨듯한 흙냄새와 시원한 바람 속에 엉덩이 내놓은 여자들 사이, 나도 편안히 바지를 벗어내린 것인데 소리 한번 좋구나! 그중 맏언니가 운을 뗀 것이었다 젊었을땐 왜 그 소릴 부끄러워했나 몰라, 나이 드니 졸졸 개울물 소리 되려 창피해지더라고 내 오줌 누는 소리 시원타고 좋아라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딸애들은 누구 오줌발이 더 힘이 좋은지, 더 넓게, 더 따뜻하게 번지는지 그런 놀이는 왜 못하고 자라는지 몰라, 궁금해하며 여자들 깔깔거리는 사이 문밖까지 땅 끝까지 강물소리 자분자분 번져가고 푸른 잎새 축축 휘늘어지도록 열매 주렁주렁 매단 오동나무가 흐뭇하게 따님들을 굽어보시는 것이었다 *

* 나무 – 윤동주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

나무가 잠잠하면

바람도 자오. *

* 나무에 대하여 – 정호승

나는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가 더 아름답다

곧은 나무의 그림자보다

굽은 나무의 그림자가 더 사랑스럽다

함박눈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많이 쌓인다

그늘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그늘져

잠들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와 잠이 든다

새들도 곧은 나뭇가지보다

굽은 나뭇가지에 더 많이 날아와 앉는다

곧은 나무는 자기의 그림자가

구부러지는 것을 싫어하나

고통의 무게를 견딜 줄 아는

굽은 나무는 자기의 그림자가

구부러지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

* 열병(熱病) – 문태준

퀴퀴한 방 한구석에 모과를 쌓아둡니다

저녁밥 짓는 연기가 탱자나무 울타리에 엉켜 꽃이라도 피우려 합니다

젖은 발을 뜨락에 얹다 말 붙일 곳 없어 감나무에 말을 건넵니다

감나무는 끝이 까맣게 탄 감꽃을 떨구어 보입니다

사람에 실성한 사람을 누가 데려 살까요

늘그막 젖무덤 같은 두꺼비가 그늘을 따라 길게 옮겨갑니다. *

* 나무 학교 –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푸른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놓을 때

사랑한다!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하며 나무를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

* 겨울나무 – 김영무

사람들이 옷을 껴입는 겨울에

왜 나무들은 옷을 벗을까

둥근 어깨며 겨드랑이

가지끝 실핏줄까지

청산리 자작나무는 왜 홀랑 드러내는가

눈송이 펄펄 꽃허럼 날리는 한밤중

춤출 수 없는 몸이라면 차라리

꼿꼿이 서서 얼어죽겠다?

깨질 듯한 하늘

찬바람 등등한 서슬에

낮달이 썩썩 낫을 가는 속수무책의 대낮,

겁먹고 숨죽인 봄햇살 유혹하려면

어쩌란 말이냐

무등산 겨울나무는 알몸의

신부가 되는 수밖에. *

* 나무에게 말을 걸다 – 나태주

우리가 과연

만나기나 했던 것일까?

서로가 사랑한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가진 것을 모두 주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바람도 없는데

보일 듯 말 듯

나무가 몸을 비튼다. *

* 고목 – 복효근

오동은 고목이 되어갈수록

제 중심에 구멍을 기른다

오동뿐이랴 느티나무가 그렇고 대나무가 그렇다

잘 마른 텅 빈 육신의 나무는

바람을 제 구멍에 연주한다

어느 누구의 삶인들 아니랴

수많은 구멍으로 빚어진 삶의 빈 고목에

어느 날

지나는 바람 한 줄기에서 거문고 소리 들리리니

거문고 소리가 아닌들 또 어떠랴

고뇌의 피리새라도 한 마리 세 들어 새끼칠 수 있다면

텅 빈 누구의 삶인들 향기롭지 않으랴

바람은 쉼없이 상처를 후비고 백금칼날처럼

햇볕 뜨거워 이승의 한낮은

육탈하기 좋은 때

잘 마른 구멍하나 가꾸고 싶다 *

* 고규홍저[나무가 말하였네]-마음산책

<나무에 관한 시 모음> 오세영의 ‘나무처럼’ 외

<나무에 관한 시 모음> 오세영의 ‘나무처럼’ 외

+ 나무처럼

나무가 나무끼리 어울려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가지와 가지가 손목을 잡고

긴 추위를 견디어 내듯

나무가 맑은 하늘을 우러러 살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잎과 잎들이 가슴을 열고

고운 햇살을 받아 안듯

나무가 비바람 속에서 크듯

우리도 그렇게

클 일이다.

대지에 깊숙이 내린 뿌리로

사나운 태풍 앞에 당당히 서듯

나무가 스스로 철을 분별할 줄을 알듯

우리도 그렇게

살 일이다.

꽃과 잎이 피고 질 때를

그 스스로 물러설 때를 알듯

(오세영·시인, 1942-)

+ 나무의 경지

그래도 그냥 서 있는 것이 더 좋았다

누구에겐가 가서 상처를 만들기 싫었다

아무에게도 가지 않고 부딪히지 않고 상관하지 않으면서

혼자만의 생을 죽도록 살고 싶었다

자신만의 생각으로 하루의 처음과 끝을 빽빽이 채우는

나무는 지독한 이기주의자다

그게 한계다 치명적인 콤플렉스다

콤플렉스를 가진 나무는 아름답다

까마득한 세월을,

길들여지지 않고 설득 당하지 않고

설명할 필요도 없이 서 있는 그 한 가지로

마침내 가지 않고도 누군가를 오게 하는

한 경지에 이르렀다

많은, 움직이는, 지친 생명들이

그의 그늘 아래로 들어왔다

(정병근·시인, 1962-)

+ 나무

하느님이 지으신 자연 가운데

우리 사람에게 가장 가까운 것은

나무이다.

그 모양이 우리를 꼭 닮았다.

참나무는 튼튼한 어른들과 같고

앵두나무의 키와 그 빨간 뺨은

소년들과 같다.

우리가 저물녘에 들에 나아가 종소리를

들으며 긴 그림자를 늘이면

나무들도 우리 옆에 서서 그 긴 그림자를

늘인다.

우리가 때때로 멀고 팍팍한 길을

걸어가면

나무들도 그 먼 길을 말없이 따라오지만,

우리와 같이 위으로 위으로

머리를 두르는 것은

나무들도 언제부터인가 푸른 하늘을

사랑하기 때문일까?

가을이 되어 내가 팔을 벌려

나의 지난날을 기도로 뉘우치면,

나무들도 저들의 빈손과 팔을 벌려

치운 바람만 찬 서리를 받는다, 받는다.

(김현승·시인, 1913-1975)

+ 묵상

삼백 년 묵은 느티나무에서

하루가 맑았다고

까치가 운다

잡것

(함민복·시인, 1962-)

+ 소식

나무는 맑고 깨끗이 살아갑니다

그의 귀에 새벽 네 시의

달이 내려가 조용히

기댑니다

아무 다른 소식이 없어

바라보고 있으면 눈물이 납니다

(이성선·시인, 1941-2001)

+ 브리스톨 콘 파인

수령 5,000년

겨우 1cm 자라는데

50-70년이 걸린다는

살아있는 나무

(임보·시인, 1940-)

* 우리나라 역사를 불려서 반만년이라고 하니 이 나무의 수령이 앞선 셈이다.

오래 살겠다고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아, 뛰는 것이 결코 장수의 비결이 아니다.

+ 사물(事物)의 꿈·1 – 나무의 꿈

그 잎 위에 흘러내리는 햇빛과 입맞추며

나무는 그의 힘을 꿈꾸고

그 위에 내리는 비와 뺨 비비며 나무는

소리 내어 그의 피를 꿈꾸고

가지에 부는 바람의 푸른 힘으로 나무는

자기의 생(生)이 흔들리는 소리를 듣는다.

(정현종·시인, 1939-)

+ 나무는 즐겁다

말없이 서 있다가

팔을 벌려 반긴다

뿌리는 독수리 발톱으로

땅을 가로챈다

잎새마다 거울

거울마다 태양(太陽)

태양이 산산조각

박살이 나도록 즐거운 바다여!

아아 머리채에 별이 깃든다!

꾀꼬리가 목청 속으로

가라앉는다

(송욱·영문학자 시인, 1925-1980)

+ 늙은 나무를 보다

두 팔로 안을 만큼 큰 나무도

털끝만 한 싹에서 자랐다는 노자 64장

守微*편의 구절을 읽다가

나는 문득 머리끝이 쭈뼛해졌다

— 감동은 대개

이렇게 오는 것이다

그래서 숲으로 들어가

평소 아침 산책길에 자주 만나던

늙은 느릅나무 영감님 앞으로 다가갔다

느릅은 푸른 머리채를 풀어서

바람에 빗질하고 있었다

고목의 어릴 적 일들을 물어보아도

묵묵부답

다람쥐가 혼자 열매를 까먹다가

제풀에 화들짝 놀라 달아난 그 자리에는

실낱처럼 파리한 싹이 하나

가느다란 목을 땅 위로 쏘옥

내밀고 있는 참이었다

(이동순·시인, 1950-)

* 수미 : 노자가 쓴 <도덕경>의 한 부분.

+ 절필 – 한라산 구상나무에 바침

끝끝내 저 나무는 색(色)에 들지 않는다

바람에 끝을 벼린 바늘잎 세필로는

격문(檄文)은 쓰지 않겠다 붓을 꺾은 고사목

뼈를 깎는 뉘우침이 골각체(骨角體)를 만든다

산세가 험할수록 더 명징한 산울림이

오히려 필화(筆禍)가 되어 눈 퍼붓는 한라산

세상에 맞서려면 저렇게 간결하라

살점은 다 버리고 흰 뼈만 내리 꽂는

저 뻣센 반골의 획이 가슴팍에 박힌다

(이성목·시인, 1962-)

+ 나무

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 주었다

내 집 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 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바람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다

(류시화·시인, 1958-)

+ 겨울 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

영하 20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으로 서서

아 벌받은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 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5도 영상 13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 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황지우·시인, 1952-)

+ 커다란 나무

나뭇가지들이 갈라진다

몸통에서 올라오는 몸을 찢으며 갈라진다

찢어진 자리에서 구불구불 기어나오며 갈라진다

이글이글 불꽃 모양으로 휘어지며 갈라진다

나무 위에 자라는 또 다른 나무처럼 갈라진다

팔다리처럼 손가락 발가락처럼

태어나기 이전부터 이미 갈라져 있었다는 듯 갈라진다

오래 전부터 갈라져 있던 길을

거역할 수 없도록 제 몸에 깊이 새겨져 있는 길을

너무 많이 가보아서 훤히 알고 있는 길을

담담하게 걸어가듯이 갈라진다

제 몸통으로 빠져나가는 수많은 구멍들이

다 제 길이라는 듯 갈라진다

갈라지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는 듯

조금 전에 갈라지고 나서 다시 갈라진다

다시 갈라진다 다시 갈라진다 다시 갈라진다

다시다시다시 갈라진다

갈기갈기 찢어지듯 갈라진다

뱀의 혀처럼 날름거리며 쉬지 않고 갈라진다

갈라져 점점 가늘어지는데도 갈라진다

갈라져 점점 뒤틀리는데도 갈라진다

갈라진 힘들이 모인 한 그루 커다란 식물성 불이

둥글게 타오른다 제 몸 안에 난 수많은 불길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맹렬하게 갈라지고 있다

(김기택·시인, 1957-)

+ 나무생각

나보다 오래 살아온 느티나무 앞에서는

무조건 무릎 꿇고 한 수 배우고 싶다

복숭아나무가 복사꽃을 흩뿌리며 물위에 點點이 우표를 붙이는 날은

나도 양면괘지에다 긴 편지를 쓰고 싶다

벼랑에 기를 쓰고 붙어 있는, 허리 뒤틀린

조선소나무를 보면 애국가를 4절까지 불러주고 싶다

자기 자신의 욕망을 아무 일 아닌 것같이 멀리 보내는

밤나무 아래에서는 아무 일 아닌 것같이 나도 관계를 맺고 싶다

나 외로운 날은 外邊山 호랑가시나무 숲에 들어

호랑가시나무한테 내 등 좀 긁어 달라고, 엎드려 상처받고 싶다

(안도현·시인, 1961-)

+ 나무의 생애

비바람 드센 날이면

온몸 치떨면서도

나지막이 작은 신음소리뿐

생의 아픔과 시련이야

남몰래 제 몸 속에

나이테로 새기며

칠흑어둠 속이나

희뿌연 가로등 아래에서도

고요히 잠자는 나무

보이지 않는 뿌리 하나

목숨의 중심처럼 지키면 그뿐

세상에 반듯한 집 한 칸

장만하지 못하고서도

햇살과 바람과 이슬의

하늘 은총 철석같이 믿어

수많은 푸른 잎새들의

자식을 펑펑 낳는다

제 몸은 비쩍 마르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기른 것들과

늦가을 찬바람에 생이별하면서도

새 생명의 봄을 기약한다

나무는 제가 한세월

잘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기나 할까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식목일 특집 시 모음>

<식목일 특집 시 모음> 김해화의 ‘지금 우리나라 산에는’ 외

+ 지금 우리나라 산에는

벌채 허가가 났다

기계톱 소리가 산천을 짓밟으며

맨 처음 건강한 소나무들을 쓰러뜨렸다

바람 앞에 마른 함성으로 맞서던

참나무들이 뒤이어 쓰러졌다

푸르고 무성하던 꿈들을 가슴속에 숨기고

회색 빛으로 시치미를 떼던 오리나무들도

밑동이 잘렸다

단풍나무, 삼나무, 박달나무, 때죽나무, 쥐밤나무….

첨부터 산에 자리잡고

산의 주인으로 살아온 우리나라 나무들이

우리나라 산에서 밀려났다

산에는

이제 까시쟁이뿐이다

개호랭이, 쌀가지, 오소리…

이빨 사나운 짐승들이나 키우는

아까시, 명감나무, 청마람 넝쿨…

이빨 사나운 까시쟁이들

산마다 천편일률의 바람소리

바람소리에 맞추어

망나니의 춤사위로 열광하는 까시쟁이들

(김해화·노동자 시인, 1957-)

+ 식목일

늙고 병들어

지긋지긋하게 악취 나는 나무는

하루라도 빨리 밑둥부터

낡은 톱으로 자를 것이 아니라

전기톱날로 뿌리까지 잘라내야 한다

썩어빠진 고목이 아니더라도

싹수가 누렇게 움트는 가지는

속알없이 겉만 뻔지르한 열매가 아깝다고

가지만 자르고 약만 칠 것이 아니라

뿌리째 뽑아내어 불태워야 한다

그 자리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생석회라도 퍼부어 소독하고

때묻지 않고 싱싱한

풋내가 물씬 나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

(김석현·시인, 1949-)

+ 식목일에

어느 봄날 베란다에

모녀가 쪼그려 앉았다

움직이면 서로

부딪히는 좁은 공간을

햇살이 기웃거리고

화분의 흙을 고르는 손등위로

미끄러지는 아이의 웃음

봉숭아 꽃씨를 묻으며

마음은 벌써

손톱 밑에 꽃물을 들이고

창밖에선 간간이

황사바람 일어도

화분 속 씨앗 성급하게

만삭의 날 기다리며

마냥 꿈에 젖는다.

(박현자·시인, 경기도 양평 출생)

+ 4월 5일

사람들이 나무를 심으러 간다

어린 나무를 들고

삽을 둘러메고

손바닥만한 땅뙈기도 없는

나는

숟가락을 들고

마음 한 구석을 판다

봉숭아 씨앗 몇을

아니

그것의 보이지 않는 파란 生을

심는다

꾹 꾹

(김정희·시인)

+ 어느 식목일에

산은 계곡까지 내려와

바람의 족적을 우려내고

바위는 마루에 꿇어앉아

무욕을 채우고 있었다

긴 그림자 어정거리자

노송이 눈길을 흘리다

利己의 싹 밟을 수 있다면

풀씨나 한 알 품어 보란다.

(강대실·시인, 1950-)

+ 헌화

잘린 뿌리가 말라가고 있는 구덩이

이 흔적의 주인은 대추나무다

태풍이 맹렬히 공격하던 지난여름 밤

사람도 가축도 학교로 피신하였던 그 밤

산신당마저 토사에 휩쓸릴 땐

자신도 그만 움켜쥐고 있던 빈 마을을 놓고 싶었지만

최후까지 버텼던 나무다

번개 치면 잎사귀 사이로 비치는 새파란 대추가

노련한 사수의 눈동자였고

적의 심장을 노리는 탄환이었던 나무

돌풍에 찢어져 통증이 콸콸 쏟아지는 사지는

빗줄기 사이를 떠도는 벼락 끌어와서 지지고

아악 터지는 비명은 천둥으로 다스렸던 나무

마을을 유린하는 세력과 그렇게 맞섰던

바로 그 어른이시다

가을이 대추나무 있던 자리에 국화를 바친다

(원무현·시인, 1963-)

+ 나무를 심으며

나무는 평생을 한자리에서

철을 따라 옷을 갈아입고

보는 이에게 아름다움을 준다

새들에게 보금자리를 주며

짐승과 사람을 위해

과일과 열매를 맺고

피곤한 길손에게는 쉼터를 준다

나 또한 나무처럼 평생을

한 자리에 서 있었으나

내게 깃들인 것들에게

베푼 것이 없다

다만, 교훈 삼아 뜰에

나무를 가득 심었을 뿐

(도한호·시인, 1939-)

+ 나무

이 세상

모든 나무들은

제각기

하나의 깃발이다

나 여기 이렇게

살아 있다고

하늘 향해 곧추선

저 당당한 몸짓

동구 밖

키다리 미루나무도

날씬한 은행나무도

요조숙녀 목련도

세상 모든

나무들의 이파리는

저마다

하나의 함성이다

깊이에서 높이로

뿌리에서 가지로, 하늘로 용솟음치는

거침없는 생명의

뜨거운 아우성이다

(정연복·시인, 1957-)

+ 나무처럼 살기

욕심부리지 않기

화내지 않기

혼자 가슴으로 울기

풀들에게 새들에게

칭찬해 주기

안아 주기

성난 바람에게

가만가만 속삭이고

이야기 들어주기

구름에게 기차에게

손 흔들기

하늘 자주 보기

손뼉치고 웃기

크게 감사하기

미워하지 않기

혼자 우물처럼 깊이 생각하기

눈감고 조용히 기도하기

(이경숙·아동문학가)

+ 나무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내 영혼을 심을 수 있다면

나무를 키우는 정성으로

내 영혼을 키울 수 있다면

나무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내 영혼을 바라볼 수 있다면

나무가 꽃을 피우듯이

내 영혼이 꽃을 피울 수 있다면

나무가 노래하고 사랑하듯이

내 영혼이 노래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나무가 하늘을 향해 감사하며 기도하듯이

내 영혼이 하늘에 감사하고 기도할 수 있다면

나무가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나누어주듯이

모든 것을 내 영혼으로 베풀 수 있다면

오, 하느님!

당신의 사랑으로

내 영혼도 한 그루 나무가 되게 하옵소서.

(작자 미상)

+ 식목

과수밭에 매실나무를 심었다. 고희를 맞은 어머니, 칠순 잔치하느니 나무 몇 그루라도 심자는 말씀에 어머니 마음 닮은 뿌리 실한 묘목 심어놓고 내년 내후년 봄을 기다린다. 하루를 밭 갈지 않으면 1년 내내 배부르지 못하다는

춘분(春分), 잔치 대신 땀 흠뻑 흘렸다.

어머니 마음이 내는 길, 나무는 그 길의 중심 같다.

(배한봉·시인, 1962-)

+ 어떤 식목

사각의 棺 하나를 땅에 심었네 슬픔은 모르는 척 한줌의 흙으로 던져졌네 사람들은 몸 속에서 투명한 울음을 꺼내 골고루 뿌려주었네 그의 생은 흠뻑 젖었네

한 장의 햇살이 달려왔네 그의 생애를 따뜻하게 덮어주었네 그는 작은 씨앗 하나로 돌아갔네 그 씨앗 속에 혼돈과 좌절과 영광으로 우거진 거대한 숲이 밀봉되어 있네

(손순미·시인, 1964-)

+ 식목제(植木祭)

보라 오늘

보랏빛 장백산맥이 남으로 남으로 갈래 뻗은

아시아 동쪽 작은 반도의 산이란 산 뫼란 뫼엔

그 골짜기에 깃들어 사는 온 백성들이

양춘의 따뜻한 햇빛을 입고

옛 이스라엘 족속들이 조국을 찾아 광야에 호소하듯

오랜 인욕에 헐벗긴 어머님인 조국을 애석하여

마음으로 나무를 심어 아끼기에 강산이 허얗나니

이 땅 아들딸들의 눈물과 한숨이

속속들이 사무친 애달픈 산천이기에

한 줌 흙 한 포기 풀인들

어찌 제 피나 살인 양 허술히 하랴

이렇게 한줄기 나무를 국토에 심음으로

지난 날 무릅쓴 절치(切齒)를 다시 맹세하고

엎드려 심는 포기 포기 단성(丹誠)이 엉기었나니

뜻 있는 나무여

지난날엔 그 불측한 능멸과

자신의 분노에 차라리 자라지 못했거니

오늘은 이 호호(浩浩)한 반도의 대기 속에

백성의 지성한 축원을 받들어

일월성신과 더불어 울창하여

아 우렁찬 대국(大國)의 동량이 되라

(유치환·시인, 1908-1967)

* 양춘: 따뜻한 봄

* 절치(切齒): 몹시 분하여 이를 갊

* 단성(丹誠): 마음에서 우러나는 뜨거운 정성

* 불측한: 짐작하기 어려운

* 호호(浩浩)한: 한없이 넓고 큰

* 지성한: 지극한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 나무가 되어야지

Article at a Glance – 인문학

상당수 시인은 시를 쓸 때 쓰고자 하는 사물이나 자연이 돼 본다. 그리고 그 마음을 읽는다. 시인들이 이런 일체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그 대상의 마음을 알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담쟁이덩굴은 기어오르는 성향이 있다. 그런데 담쟁이덩굴이 더 이상 타고 오를 데가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담쟁이동굴과 일체화한 시인은 그 상황에서 무엇을 보게 될까? 하늘이다. 하늘을 나는 새는 날면서 흔적을 남기지 않지만 그래도 혹시 조금이라도 남겨 놓았을까 봐 바람이 이를 지워버린다. 담쟁이덩굴은 벽 끝에 올라 하늘에서 펼쳐지는 공(空)의 세상을 본다. 이처럼 사물이나 자연의 마음을 알아내는 시인들의 일체화 방법은 회사의 제품 개발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시는 사물이나 자연의 마음을 읽고 표현하는 특·장점을 가진 장르다. 사실 많은 예술 장르가 마음 읽는 방법을 공부하고 연구한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까지가 연구 범위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이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해결하기 위해서 입장 바꿔보기를 한다. 이름하여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역지사지의 뜻은 ‘처지를 바꾸어 생각해보라’다. 내가 그 사람 처지라면 어떻게 할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관점의 주체는 나다. 내가 그렇게 해보는 것이지 내가 그 사람이 돼보지는 않는다. 이럴 경우 “아무리 잘 이해한다 한들 당사자만 하랴”는 말처럼 이해 부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해의 한계를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 상대가 사물이나 자연일지라도 마찬가지다. 나 중심의 관점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는 사물이나 자연을 바라볼 때도 아주 당연히, 아무렇지도 않게 나 중심의 관점을 활용하게 된다. 꽃을 그리는 화가가 꽃이 돼보지는 않는다. 책꽂이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가 스스로 책상이 돼보지는 않는다. 음악가가 나무를 표현할 때 나무가 돼 어떤 마음인지를 표현하지는 않는다. 모두가 사람 입장에서 살펴본다. 해본 경험이 없기에 사람이 사물이나 자연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을 황당한 상상에 불과하다고 여긴다.

시인은 사물이나 자연이 될 수 있는 사람

반면 시는 그렇지 않다. 상당수 시인은 시를 쓸 때 쓰고자 하는 사물이나 자연이 먼저 돼본다. 그리고 그 마음을 읽는다. 만약 그 시를 쓰고자 하는 대상이 사람이라도 직접 그 사람이 돼 마음을 읽어본다. 이는 시와 다른 예술 장르와의 엄청난 차이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물이든, 자연이든, 사람이든 간에 내가 대상의 마음을 ‘추측’하는 것과 내가 대상이 돼 그 마음을 ‘직접 느끼고’ 드러내는 차이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시에서의 관점 달리하기는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이나 자연의 관점으로 완전히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 내가 대상이 되는 방법은 무엇일까? 시인은 사람인데 사람이 어떻게 사물이나 자연이 될 수 있을까? 우선 시 한 편 보자.

류시화 시인이 쓴 ‘나무의 시’의 앞부분이다. 아들에게 주는 이 시에서 시인은 “시로 나무를 표현하려면 나무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자신의 전 생애를 들고 가서 나무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시에서 나와 대상이 하나가 되는 것을 일체화라고 한다. 그러니까 사람이 사물이자 자연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일체화인 것이다. 시 작법에는 ‘자아의 세계화’ 또는 ‘세계의 자아화’라는 말이 나온다. 자아는 쉽게 말해 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세계는 시를 쓰고자 하는 시적 대상이다. 이를 그냥 대상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자아의 세계화’는 내가 대상에게 가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반면 ‘세계의 자아화’는 대상이 나에게로 와서 하나가 되는 방법을 말한다. 어느 것이든 두 존재가 하나가 되는 방법이다. 이 시에 나오는 ‘나무에 대한 시를 쓰려면 먼저/눈을 감고/나무가 되어야지’는 내가 나무가 되는 ‘자아의 세계화’ 방식의 일체화이다.

예를 들어 비를 맞고 있는 꽃에 대한 시를 쓰고자 한다면 시를 쓰는 내가 비를 맞고 있는 꽃이 돼야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나 이제 꽃이다”라는 말로 되는 게 아니다. 꽃의 상황 속으로 내 전 생애를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내 전 생애가 꽃이 어떤 상황 속에서 비를 맞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대상의 상황 속으로 들어가는 일체화

시인들이 일체화 방법을 쓰는 이유는 꽃의 마음을 알기 위해서다. 그런데 도대체 마음이 무엇인데 시인들은 꽃의 마음을 보고자 하는 것일까? 마음이라는 단어를 사전에 보면 첫째,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 둘째,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감정이나 의지, 생각 따위를 느끼거나 일으키는 작용이나 태도’ 등으로 나온다. 이를 종합하면 ‘마음은 본래부터 지닌 품성인데, 이 품성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을 보고 또 다른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일으키는 작용이나 태도를 말한다’가 될 수 있다.

여기서 마음의 둘째 뜻을 조금만 바꿔보자. 즉,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감정, 생각 등을 일으키는 주체를 ‘사람’이 아니라 ‘사물이나 자연’으로 치환해 보자. 이렇게 되면 ‘마음은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인데, 사물이나 자연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 혹은 자연을 보고 일으키는 어떤 감정이나 생각, 그리고 그 작용이나 태도’가 될 것이다.

시는 바로 이런 것이다. 시적 대상의 원래 성향이 어떤 상황 속에서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유발하는가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감정이나 생각은 대체로 아픔이나 갈망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 담쟁이덩굴이 있다고 하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특징이 기어오르는 것이다. 담쟁이덩굴은 원래부터 기어오르는 성향을 지닌 존재물이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시인은 이를 전제로 담쟁이덩굴의 또 다른 감정이나 생각을 찾는다. 이 또한 담쟁이덩굴의 중요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통 ‘마음 갈래, 만 갈래’라는 말을 사용하듯 담쟁이덩굴의 마음도 우리가 모르는 여러 가지 성향을 지닌 마음이 있다고 여긴다. 말하자면 이런 것이다.

조창환 시인의 ‘하지’다. 24절기의 하나인 하지라는 시간 속에서 시인은 담쟁이덩굴의 모습을 그림처럼 그려낸다. 언어로 그린 그림이다. 그런데 이 시에 따르면 벽을 타고 기어오르는 습성을 가진 담쟁이덩굴이 벽을 다 오르면 하늘을 물끄러미 올려다본다고 한다. 이 표현은 담쟁이덩굴이 벽 타는 일을 다 하고 나면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태도를 취하는 또 다른 성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이 담쟁이덩굴의 마음이다.

어떻게 알았을까? 시인이 담쟁이덩굴로 일체화하니 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담쟁이덩굴이 되면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담쟁이덩굴은 기어오르는 성향이 있다. 기어오르는 것은 담쟁이덩굴의 원래 마음을 드러내는 행동이다. 그런데 담쟁이덩굴이 벽을 끝까지 타고 올라가서 더 이상 타고 오를 데가 없는 상황에 있다. 시인은 담쟁이동굴과 일체화해서 더 이상 오를 데 없는 그 상황으로 들어간다. 그 상황에서 담쟁이덩굴이 된 시인은 무엇을 보게 될까? 하늘이다. 그 하늘에는 병아리 솜털같이 보송보송하고 포근한 바람이 새들이 보이지 않게 만든 하늘의 길을 지우고 있다. 새는 자신이 간 길의 흔적을 남기지 않지만 그래도 혹시 조금이라도 남겨 놓았을까봐 바람이 지우는 행위를 다시금 하는 것이다. 결국 담쟁이덩굴이 본 것은 새의 흔적을 지우는 바람의 비질이다. 벽 끝에 올라 하늘에서 펼쳐지는 공(空)의 세상을 보는 게 바로 담쟁이덩굴의 마음이자 태도다.

이 시에 의하면 바람도 역시 불기만 하는 게 아니다. 부는 것이 원래의 마음이라면 새가 길을 만들면 지우는 태도를 갖고 있는 게 바람의 또 다른 마음이다. 시인이 담쟁이덩굴이 돼 보니 바람의 마음까지도 알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을 글로 옮겨 놓으면 그게 바로 시가 되는 것이다.

회사 제품의 마음 보기

이처럼 사물이나 자연의 마음을 알아내는 시인들의 일체화 방법을 회사 제품에 옮겨보면 어떨까?

여기 소화기 제조회사가 있다. 우리에게 소화기는 거의 무관심의 대상이다. 건물이나 집에 반드시 비치해 놓아야 하는 물건이기는 한데 생김새나 색상 등이 관심을 끌기에 역부족인 측면이 많다. 아파트에서는 신발장이나 베란다 구석, 일반 주택이면 광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 처박아둔다. 사무실도 마찬가지다. 여름에 바람 들어오라고 문 열어 놓은 뒤 문 지지대로 사용하거나 아무도 보이지 않는 구석에 놓아둔다. 막상 사용할 때가 되면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모른다. 또 오래도록 방치돼 있어서 경우에 따라 분말이 다 새어나가서 소화기 기능을 못 할 수도 있다. 또는 간신히 사용하다 보면 분말이 갑자기 세게 뿜어져 나와 주변에 있는 물건까지 몽땅 버려야 할 처지가 된다.

이런 상황은 소비자의 무관심으로 이어졌고 계속 매출 하락을 경험하게 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품 리뉴얼이 필요했다. 이에 머리를 맞대고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찾아냈다. 크기의 변화를 주기도 하고 사용설명서를 더욱 자세하게 적기도 했다. 나아가 분말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액화 소화기를 만들기도 했다.

매출이 올랐을까? 시장 상황은 전혀 변함이 없었다. 사람들은 리뉴얼 제품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매출 신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설문조사를 할 때는 이런 제품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실제 그런 의견을 반영한 제품이 나와도 구매로 이어지지 않았다. 왜 그럴까? 사람 중심의 고정된 관점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의 관점으로 제품을 만들어 내면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고 해도 고객에게 그리 신선하거나 감성적 제품으로 보이지 않을 확률이 많다. 자신들도 볼 수 있는 관점이니 말이다.

그러다가 이 회사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소화기를 만들어냈다. 작은 거울처럼 얼굴을 비쳐볼 수 있는 액화 거울 소화기다. 거울 대신에 시계를 붙여 놓으면 액화 시계 소화기가 된다. 시계 대신 부처가 있기도 하고 예수 모습이 담겨 있기도 하다. 이렇게 되면 일단 소화기를 구석에 처박아 둘 까닭이 없다. 책상 위나 거실에 놓아둘 수 있게 된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소화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형태 변화로 인해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며 대박행진을 하고 있다. 실제 소화기 제조회사인 P사의 사례다.

거울 소화기의 탄생

거울 소화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시에서의 일체화 기법으로 생각해보자. 먼저 시처럼 기존 소화기의 마음을 찾는다. 기존 소화기의 마음은 어떨까? 외롭다, 우울하다, 화난다, 사랑받고 싶다, 깨끗하고 싶다 등의 마음이 있을 수 있겠다. 왜냐하면 처음에는 필요하다고 데려다 놓고는 구석에 처박아두고 먼지를 흠뻑 먹어도 일 년에 한 번도 쳐다보지 않으니까 말이다. 내가 소화기라면 이런 생각을 충분히 할 것이다. 이것이 소화기의 아픈 마음이다. 소화기의 아픔을 찾았으니 이제 그 아픔을 해결해주면 새로운 제품이 탄생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기본적인 제품이 무엇인가. 거울 아닌가. 그래서 소화기의 모양을 거울처럼 만들었다. 여기에 분말의 단점을 액화로 바꿔서 거울과 합치니 액화 거울 소화기가 됐다. 이제 사람들이 늘 옆에 두고 소화기 자신을 바라보며 머리도 다듬고 얼굴도 본다. 거울 면에 태극기가 들어갈 수도 있고 각종 그림이 들어갈 수도 있다. 부처나 예수 모습이 들어간 소화기도 있다.

물론 이 회사에서 시에서의 일체화 방법을 알아서 이렇게 만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패를 거듭하면서 시간과 개발비를 들이는 대신 시에서 사물과 일체화하는 방법으로 소화기의 마음을 읽어서 변화시켰다면 엄청난 시간 절약과 개발비 절감 효과를 가져왔을 게 분명하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모양과 기능을 가진 소화기도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사람의 관점에서 사물의 관점으로 완전 전환을 꾀하는 일체화 방법의 힘이다. 다만 이런 방법은 머릿속으로 생각하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그룹으로 모여서 내가 사물이 되는 연습을 하고, 그 연습에서 사물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다면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샘솟아 오를 것이다.

황인원 문학경영연구원 대표 [email protected]

필자는 성균관대 국문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와 경향신문 기자와 경기대 국문과 교수를 거쳐 문학경영연구원 대표 및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시 전공자와 경영학자가 함께 만나 창조 시대를 이끄는 문학경영학회를 만드는 게 꿈이다. 저서로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다> <시 한 줄에서 통찰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감성의 끝에 서라(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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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의 찬가 – 성 프랜시스 (1181~1226)

오 감미로워라 가난한 내 맘에

한없이 샘솟는 정결한 사랑

오 감미로워라 나 외롭지 않고

온 세상 만물 향기와 빛으로

피조물의 기쁨 찬미하는 여기

지극히 작은 이 몸 있음을

오 아름다워라 저 하늘의 별들

형님인 태양과 누님인 달은

오 아름다워라 어머니이신 땅과

과일과 꽃들 바람과 불

갖가지 생명 적시는 물결

이 모든 신비가 주 찬미 찬미로

사랑의 내 주님을 노래 부른다.

+ 자연이 들려주는 말 – 척 로퍼 (미국 시인, 1948~)

나무가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우뚝 서서 세상에 몸을 내맡겨라.

관용하고 굽힐 줄 알아라.

하늘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마음을 열어라. 경계와 담장을 허물라.

그리고 날아올라라.

태양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다른 이들을 돌보아라.

너의 따뜻함을 다른 사람이 느끼도록 하라.

냇물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느긋하게 흐름을 따르라.

쉬지 말고 움직여라. 머뭇거리거나 두려워 말라.

작은 풀들이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겸손하라. 단순하라.

작은 것들의 아름다움을 존중하라.

+ 모든 것을 사랑하라 – 도스토예프스키 (러시아 소설가, 1821~1881)

모든 동물과 풀들

모든 것을 사랑하라

네 앞에 떨어지는

빗줄기까지도…

만일 네가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다면

모든 것 속에 담긴 신비를

보게 되리라.

만일 네가 모든 것 속에 담긴 신비를 본다면

날마다 더 많이

모든 것을 이해하리라.

그리고 마침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너 자신과 세상 전체를

사랑하게 되리라

+ 나무 – 조이스 킬머 (미국 시인, 1886~1918)

나무처럼 아름다운 시를

내 결코 보지 못하리

단물 흐르는 대지의 젖가슴에

굶주린 입을 대고 있는 나무

온종일 하느님을 바라보며

잎 무성한 두 팔 들어 기도하는 나무

여름에는 머리칼에

개똥지빠귀 둥지를 틀어 주고

나무의 품안으로 눈이 내리고

비와는 다정히 어울려 살고

시는 나와 같은 바보가 짓지만

나무를 만드는 건 하느님뿐

+ 나무 – 작자 미상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내 영혼을 심을 수 있다면

나무를 키우는 정성으로

내 영혼을 키울 수 있다면

나무를 바라보는 마음으로

내 영혼을 바라볼 수 있다면

나무가 꽃을 피우듯이

내 영혼이 꽃을 피울 수 있다면

나무가 노래하고 사랑하듯이

내 영혼이 노래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나무가 하늘을 향해 감사하며 기도하듯이

내 영혼이 하늘에 감사하고 기도할 수 있다면

나무가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듯이

모든 것을 내 영혼으로 베풀 수 있다면

오, 하느님!

당신의 사랑으로

내 영혼도 한 그루 나무가 되게 하옵소서.

+ 기억하라 – 조이 하르요 (머스코기 크리크 족의 시인)

네가 태어난 하늘을 기억하라.

밤하늘의 별들, 그 각각의 이야기를 알라.

달을 기억하라.

그녀가 누구인지 알라.

새벽의 먼동을 기억하라.

그때가 하루 중 가장 신성한 시간임을 알라.

해가 서녘으로 지는 순간을 기억하라.

해가 밤에게 자리를 내어 주는 그 순간을 기억하라.

대지를 기억하라.

그 피부가 바로 너임을 기억하라.

붉은 흙, 검은 흙, 노란 흙, 흰 흙, 갈색의 흙

우리는 대지이며 흙이다.

식물들, 나무들, 그리고 동물들을 기억하라.

그들 또한 그들의 가족과 부족과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들에게 말을 걸어라.

그들은 살아 있는 시이다.

바람을 기억하라.

그녀의 목소리를 기억하라.

그녀는 이 우주의 기원을 알고 있다.

우주의 네 방향과 중심에서 부르는 춤의 노래를

너는 모든 사람들이며

모든 사람들이 너라는 것을 기억하라.

너는 이 우주이며

이 우주가 너라는 것을 기억하라.

움직이고 있는 모든 것이 바로 너라는 것을 기억하라.

언어가 그들로부터 온다는 것을 기억하라.

그 언어는 춤이며, 생명이라는 것을 기억하라.

+ 어디로 간 걸까 – 이반 라코비크 크로아터 (유고슬라비아 화가

어린 시절에 보았던 아름다운 풍경은 어디로 간 걸까

새가 가득 내려앉던 숲은

저녁의 고요함은 어디로 간 걸까

우리는 계절의 아름다운 변화를 그리워하는 최후의

낭만주의자들일까

어린 시절 냇가에서 꺾던 꽃들은 어디로 갔을까

하얀 눈은

그것들은 이제 그림에서밖에 찾아볼 수 없는 것일까

기억해 두자

지구의 얼굴은 우리의 얼굴과 같은 것

우리는 이 소행성의 여행자에 불과하며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음을

+ 마지막 나무가 베어 넘어진 후에야 – 크리족 예언

마지막 나무가 베어 넘어진 후에야,

마지막 강이 더럽혀진 후에야,

마지막 물고기가 잡힌 뒤에야,

당신들은 알게 될 것이다.

돈을 먹고 살 수는 없다는 것을.

+ 땅을 위한 진혼곡 – 작자 미상, 정연복 역

땅이여,

아직 죽은 것은 아니지만

막 숨이 넘어가려고 하는

그대에게 평화 있어라.

여기 한 노래가 있다.

그대와 나의 장례를 위하여

내 가슴속에 휘갈겨 쓴 노래.

독성이 서린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내일 그대의 몸은 차갑고 무감각하게 되리니,

그때에는 아무것도 이 땅에 남지 않으리라.

나 또한 이 땅에 존재하지 못하리라.

그리하여 그대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하여,

혹은 그대의 잿빛 얼굴에

한 방울 눈물을 떨구기 위하여,

막 숨이 넘어가려고 하는 그대,

땅을 위하여 내 이 노래를 휘갈겨 쓰노라.

그대는 수없이 많은

비사교적인 자녀들을 낳았지.

그대는 그들이 서로 잡아먹는 것을 보며

남몰래 슬픔의 눈물을 흘렸지.

언제부터인가 그들은

그대를 잡아먹기 시작했지.

그러나 그대, 모든 것을 참아 내는 그대는

아무런 저항이나 방해의 몸짓도 하지 않았지.

그대의 품안에서 젖을 빨며

포동포동 살이 오른 그들은

새로운 갈증을 느꼈지.

그대의 신성한 가슴의 피를 빨아먹고픈

그들의 마지막 갈증을.

그들은 태양이 사랑하는 신부에게 입혀 준

녹색 옷을 그대에게서 벗겨 버렸지.

그대의 여린 살 속으로

그들은 날카로운 손톱자국을 새기고,

그대의 상처에서 용솟음치는

피를 빨아먹었지.

그대 자신의 자녀의 죄와 수치라는

무거운 짐 아래,

약탈당하고 추방당하고

머리가 벗겨지고 등이 굽은 그대.

이제 그대는 우주 속에서

홀로 방황하노라.

땅이여, 아직은 죽지 않았지만

막 숨이 넘어가고 있는 땅이여,

그대에게 평화 있어라.

+ 자연을 위한 기도 – 조지 마테슨

생명의 하느님,

다른 피조물에 대한 사랑을 깨우쳐 주소서.

그들이 숲 속에서 겪는 어려움을 기억하겠나이다.

그들이 도시에서 겪는 푸대접을 기억하겠나이다.

당신이 우리에게 보여 주신 보호자, 섭리자의 역할을

우리가 그들에게 보여 주게 하소서.

우리가 들짐승을 잔인하게 대하지 않도록 금지하소서.

존경심에서 나오는 부드러움을 우리에게 주소서.

나보다 약한 피조물을 경애하도록 가르쳐 주소서.

모든 생명의 물줄기는 당신의 생명에서 흘러나오는 것.

생명이란 지금도 우리에게는 신비일 뿐,

우리가 짐승과 새와 친하도록 도와주소서.

그들의 배고픔과 목마름, 피곤함과 추위,

집을 잃고 헤매는 고통에 공감하도록 도우소서.

우리의 기도 속에 그들의 어려움도 끼워 넣도록 도우소서.

+ 자연 – 작자 미상

문학과 사람들 > 커뮤니티 > 좋은글 > 이준관의 ‘은행나무 아래’ 외

<은행나무에 관한 시 모음> 이준관의 ‘은행나무 아래’ 외

+ 은행나무 아래

은행나무 아래는

친구 기다리기 딱 좋아요.

친구 생각하며

팔로 은행나무 껴안아 보기도 하고

은행나무 그늘에 앉아

친구 이름

바닥에 쓰기도 하고

친구에게 주려고

노란 은행잎

한 잎 두 잎 줍기도 하고

(이준관·아동문학가, 1949-)

+ 은행나무 아래서

낙엽 저 순명을 다한 것들의 사뿐한 낙하!

나는 지구의 중심을 새로이 걷는다

(이시영·시인, 1949-)

+ 은행나무 아래에서

별이 키우는 나무라서

잎새 떨어질 때 자유스런가

끊임없이 내년에는 내년에는

다짐이야 놓지만

다시 한 번 푸른 잎 가슴에 두고

연가 시집 갈피에 꽂혀

고운 손가락 구경이나

기다리면서 기다리면서

(임영봉·시인, 1959-)

+ 은행나무 아래서

금빛을 쏟아내며

낱낱이 흩어지는 상처

바람을 견디던 자리

손풍금 소리,

고여 넘친다

유리알, 부서지는 속

환히 트이는

그날의

숲.

꽃피던 한때를 더듬는다

눈이 마주치는

멀리 아픔도 잠그고

한 잎씩 묻어나

눈에 밟히는

긴 오수(午睡)

속눈썹 짙은 친구야

예서 우린 노래나 하자.

(한분순·시인, 1943-)

+ 은행나무 아래서

길을 가다

은행나무 아래 멈춰 섰다

떨어진 노란 잎 하나 주워 들자

손끝에 찌릿하게 전해오는 전기

가을이 지는 신호다

어디로 가야하나

떨어진 낙엽들 속에 서성이는

허기진 그리움의 주소는

여전히 미확인 상태

가야한다

손끝의 온기 식기 전에

애정이 목마른 그대 찾아

가을이 지는 소리

전해야 한다

찬바람 불어

손끝이 시려 와도

놓지 못하는 나뭇잎 하나

쓸쓸함이 우르르 떨어지는데

아, 어디로 가야하나

(김춘경·시인, 서울 출생)

+ 은행나무 아래서

비 개이더니

은행잎 새로 돋습니다

시절 좋아진다는데

오늘도 흐지부지한 인력시장

우리는 맨날 요 모양이냐고

몇 사람 갈곳 없어

되돌아와 은행나무에 등 기댑니다

지난가을 은행잎 쏟아지고

내 모가지 떨어졌습니다

수북히 쌓인 은행잎

서둘러 쓸어 치운 나라

한뎃잠으로 뒹굴던 모가지들도

깨끗하게 치워졌습니다

좋은 시절 은행잎 새로 돋습니다

내 모가지 떨어진 자리

누군가 새로 모가지 달겠습니다

(김해화·시인, 1957-)

+ 은행나무 길

누가

저토록

녹색의 변신을

찬란하게 보일 수 있을까.

누가

저토록

탐욕을 털어 버리고

의연히 그 자리에 설 수 있을까.

누가

저토록

처절한 추락을

황홀하게 수놓을 수 있을까.

누가

저토록

진지한 삶의 의지를

하늘 끝까지 뻗어 갈 수 있을까.

(유응교·건축학자 시인)

+ 은행나무

신사 한 분이 서 계신다

노란 옷을 입고 아무 말없이 빗방울을 맞으며

온몸을 촉촉이 적신 채 흠뻑 명상에 취해 계신다

노랗게 물든 이파리를 바르르 떨며

된서리가 내리면 냉기를 받아 온몸에 주사선처럼 보내고

찬바람이 불면 미련하게 맞서지 않고

조용히 뿌리로 그 기운을 전송한다

은빛 살구나무라 불리기도 하며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속이 부글부글 끓고 님에 대한 애간장을 태워

썩은 내음이 대명천지에 진동한다는 설도 있고 보니

밀알 한 알이 썩어야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듯

튼실한 열매를 맺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자신을 망가뜨렸구나

은행나무 아래서 은행처럼 단단한 지혜를 발견하였구나

(반기룡·시인)

+ 은행나무

은행나무가 산기슭에 우뚝 서서

삼백년 소리로 온 마을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모두 노랗게 물들어라!

막 붉게 타던 놀이 깜짝 놀라

그만 노랗게 물들었다.

나도 잎새의 흔들림 따라

출렁출렁 흔들리면서

노랗게 변해졌다.

깊은 산사

종소리 멀리 날아

산새들 돌아오고

시간이 가지와 가지 사이에서

달을 부르고 별도 불렀다.

(서인숙·시인이며 수필가, 1931-)

+ 은행나무

백년쯤은 우습게 한 자리에서 사는 고목

나무의 인내와 슬기는 어데 있을까

새떼들은 편한 대로 옮겨 사는 길도 있는데

바람 타고 수태하는 사람의 먼 그리움과

괴로움의 교차는 타고난 운명이냐

바람, 서리, 폭풍까지도 다 받는 관용은

고루 나부끼는 잎사귀의 자유스런 노래서 오나

거목의 은행나무 그늘에서 오수를

즐기는 태평한 농부는 무슨 꿈을 꾸는가.

(이용호·시인)

+ 은행나무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아름다움이 세상을 덮으리라던

늙은 러시아 문호의 눈망울이 생각난다

맑은 바람결에 너는 짐짓

네 빛나는 눈썹 두어 개를 떨구기도 하고

누군가 깊게 사랑해 온 사람들을 위해

보도 위에 아름다운 연서를 쓰기도 한다

신비로와라 잎사귀마다 적힌

누군가의 옛 추억들 읽어가고 있노라면

사랑은 우리들의 가슴마저 금빛 추억의 물이 들게 한다

아무도 이 거리에서 다시 절망을 노래할 수 없다

벗은 가지 위 위태하고 곡예를 하는 도롱이집 몇 개

때로는 세상을 잘못 읽은 누군가가

자기 몫의 도롱이집을 가지 끝에 걸고

다시 이 땅 위에 불법으로 들어선다 해도

수천만 황인족의 얼굴 같은 너의

노오란 우산깃 아래 서 있으면

희망 또한 불타는 형상으로 우리 가슴에 적힐 것이다.

(곽재구·시인, 1954-)

+ 은행나무

잎잎이 기록된 푸른 햇살이여

이제 안녕!

펄럭이던 해와 바람의 일기장에서 삭제되었다

낡고 지루한 사랑과의 이별은

조이던 스카프를 풀어낸 헐렁한 목이다

파장한 장터의 풍경처럼

내 손금을 벗어난 전생처럼

슬하는 오히려 풍요롭다

파산한 내 집을 구경하는 나는

낯선 관객이다

(오명선·시인, 부산 출생)

+ 용문사 은행나무

천년을 살아온 은행나무

늙음이 힘들어 많은 가지 꺾어

상처 투성이 얼굴로

벌거벗고 서있다

천년 나이에도

미소 잊지 않고

덤덤히 서서 수많은 사람

오르내리는 모습 보며 웃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눈 비 바람 맞으며

수많은 전란 겪으면서

삶의 애환을 보아온 너

봄이면 새싹으로 기쁨을

여름이면 넓은 그늘로 쉼터를

가을이면 열매로 보시를

겨울이면 참선으로 가르침을

용문사와 생을 같이하여

스님들의 성찰 보며

육신의 괴로움 초월하니

살아있는 부처님 헌신이시요

(박태강·시인, 1941-)

+ 은행나무

어제는 밝은 햇살 아래

무심한 듯 졸린 듯

잔잔하던

저 푸른 잎새들

오늘은 보슬보슬

봄비 속에

온몸 살랑대고 있네

춤추고 있네

겨우내 참았던 그리움이

꽃비 맞아 불현듯 잠 깨었을까

마음속 가득 짙푸른 그리움

고스란히 드러내고

그 동안의 안부를 묻는 듯

짧은 팔 한껏 뻗어

서로에게 가까이 가려고

안달이 난

지척인 듯 머나먼 듯

마주보고 서 있는

두 그루

은행나무

(정연복·시인, 1957-)

+ 은행나무

바람 불어도

노랗게 물든 잎 허비하지 않는다

수많은 발자국,

나뭇잎 사이로 걸어가도

정 주지 않고

사랑 주지 않는다

오직 한 사람

운명의 발자국 멈추어서거나

고독에 젖은 눈빛 그 존재를 확인 한 후

긴 세월 간직하고 있던 나뭇잎 아낌없이 떨어뜨린다

그대는 내가 쓸쓸히 걸어갈 때

소유하고 있던 모든 것 허비한

한 그루 은행나무였다

(손희락·시인)

+ 은행나무

우리 동네 은행나문 굳고 큰데도

어쩌면 열매 한 톨 안 달리고

건너 마을 은행나문 그리 안 큰데

해마다 우룽주룽 열매 달리나?

우리 동네 은행나문 수나무고요

건너 마을 은행나문 암나무래요.

아하하하 우습다 나무 내외가

몇백 년을 마주보고 살아온다네.

(권태응·시인, 1918-1951)

+ 은행나무 부부

십 리를 사이에 둔 저 은행나무 부부는 금슬이 좋다

삼백년 동안 허운 옷자락 한 번 만져보지 못했지만

해마다 두 섬 자식이 열렸다

언제부턴가 까치가 지은 삭정이 우체통 하나씩 가슴에 품으니

가을마다 발치께 쏟아놓는 노란 엽서가 수천 통

편지를 훔쳐 읽던 풋감이 발그레 홍시가 되는 것도 이때다

그러나 모를 일이다

삼백 년 동안 내달려온 신랑의 엄지발가락이 오늘쯤

신부의 종아리에 닿았는지도

바람의 매파가 유명해진 건 이들 때문이라 전한다

(반칠환·시인, 1964-)

+ 은행나무 夫婦

두륜산 진불암 들머리에는

은행나무 두 그루 다정하게 살지요

백년을 하루같이 살아온 은행나무 부부는

여름이면 푸른 잎사귀 팔랑거려

이마의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고

겨울이면 가지마다 하얀 눈꽃 피워

더운 가슴 위에 살짝 얹어줍니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어도

바람결에 서로의 마른 몸을 부벼주며

사랑으로 사는 늙은 은행나무 부부는

이따금 암자의 찻물 데우는 연기에도

지그시 눈을 감고 잔가지 파르르 떨며

묵언의 대화를 나눕니다

재재거리던 새들도 날개를 접고

화사한 꽃들도 얼굴을 숙이는 가을날이면

그 늙은 은행나무 부부는

제 생을 빛내던 수천의 황금 동전닢들

다 가난한 흙 속의 벌레들에게 주고

그예 풍장(風葬)의 주검처럼 앙상한 뼈로 서서

그저 겨울 햇살 한 줌에도 아미타불처럼 환하게 웃지요

(김경윤·전남 해남 출생)

+ 은행나무를 바라보며

나무는 황금빛이었다

그 찬란한 빛이 지지 않기를 기도했지만

나무는 잎을 떨구었고, 나는

고개를 떨구었다

지나가는 시간을

잡을 수는 없는 것인가

너 없이도 가을이 가고 있었다

밤마다 너의 얼굴이 스쳤다

잠을 설친 내 아침은 늘 피곤했다

그때마다 나는

커피자판기 안으로 피곤을 구겨 넣듯이

동전을 밀어 넣었다

동전만 넣으면 새로 나오는 커피처럼

내 희망도 그렇게 쑥쑥 뽑아질 날이

있을 것인가

(김현주·시인, 전북 전주 출생)

+ 은행나무병

빚이 많은 나는 은행나무만 봐도 가슴이 조여온다

나무가 내미는 연초록 이파리가 지폐였으면 한다는

어느 시인의 詩처럼 저 나무가 나의 통장 잔고였으면 한다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내 몸은

나락으로 흩어지고 떨어진다

자주 울리는 전화의 발신처는 신용카드회사이거나 은행

그럴 때마다 내 몸은 미처 바꾸지 못한

無料貨幣처럼 쭈그려 든다

끈질기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

달아날 수 없는 마음이 검게 탄다

-왜 그렇게 살았냐

딱딱한 은행전화번호는 끝없이 신호를 보낸다

이 현실을 탈출하고픈 나는 극장으로 숨어들었다

눈을 감고 밀리언즈*를 본다

기차가 초록들판을 달린다, 나도 달린다

불안증세가 나아졌다, 영화는 나를 편하게 끌고 달렸다

영화에서 돈가방이 떨어졌다

사람들 눈치도 보지 않고

맨 먼저 그 가방을 들고튀었다

-오늘 고객님이 약속한 입금일입니다

불이익이 없도록 즉시 입금 부탁드립니다

기다렸던 은행원이 극장 출구에서 끈질기게 따라온다

또 숨이 막혀 온다

(김혜경·시인)

* 대니 보일의 영화 -영국의 화폐 파운드가 유료화 되기 며칠을 앞두고 은행을 턴 강도들이 돈가방을 기차에서 던졌는데 우연히 기차길 옆에 살던 아이가 발견하게 된다.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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